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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공장과 스마트팜이 처음 만났다...폐열 활용한 유리온실

부산역에서 서쪽인 을숙도 방면으로 30분 정도 자동차로 이동하면 나타나는 신평장림일반산업단지. 기계, 금속, 섬유, 신발, 화학 등 각종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는 전형적인 공단이다. 그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대한제강 신평공장으로 들어섰다. 1980년에 준공된 이 공장은 철근을 생산하는 곳이다.

공장 정문을 통과하자 바로 앞 야적장에 철근의 원재료가 되는 대형 쇠막대인 ‘빌릿’이 가득 쌓여 있었다. 여기서는 이 빌릿을 뜨겁게 달군 뒤 압연 공정을 통해 완제품인 철근을 생산한다. 대한제강이 이곳을 포함해 공장 4곳에서 생산하는 철근 생산량은 연간 240만t으로 우리나라 전체 철근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철근 전문 업체 중에서는 가장 크다.

빌릿 야적장 반대편으로 눈을 돌리니 제강공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유리온실이다. 사무 공간을 포함해 바닥 면적이 4400㎡(약 1330평)에 달한다. 유리온실만 따지면 3500㎡(약 1060평) 규모다. 바로 옆에 300t짜리 대형 물탱크가 설치돼 있고, 온실과 제강공장을 연결하는 대형 파이프 구조물이 보이는 것 말고는 일반 유리온실 모습 그대로다.

안으로 들어서니 4개 구역으로 구분된 온실에서 각각 토마토와 파프리카, 딸기, 망고가 재배되고 있었다. 맨 왼쪽 구역에서는 방울토마토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올해 초 유리온실 가동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농약을 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얼른 하나를 따서 먹어봤다.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한 것이 제대로 익었다. 지금은 토마토 수확 끝물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품질이다. 유리온실을 총괄하는 박민식 이사는 “여기서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먹어본 직원들이 다른 마트에서는 이처럼 맛있는 토마토를 찾을 수 없다면서 좀 더 구할 수 없느냐고 문의를 해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철강회사가 운영하는 유리온실이라고 하기엔 전문적이다. 스마트팜 전문 업체 농장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시작은 사내 공모전이었다. 신규 사업을 고민하던 회사는 직원들에게 자발적으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내보도록 했다. 회사는 6개월간 국내외 산업 환경 변화와 신사업 발굴 방법론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외부 전문가들과 세미나를 열게 해주는 등 직원들을 도왔다.

여러 팀이 제출한 아이디어 가운데 채택된 것이 바로 ‘공장 폐열을 이용한 스마트팜 사업’이었다. 공장에서 쓰고 버려지는 폐열을 스마트팜의 냉난방에 활용하면 공장 입장에서는 자원의 재활용과 이산화탄소 절감 이라는 이점이 있고, 스마트팜 입장에서는 운영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회사 측에서 과감하게 받아들인 게 지금의 유리온실로 이어졌다. 작년 5월에 착공해 올해 초 완공됐다.

자신이 낸 사업 아이디어가 채택돼 실제 사업까지 맡게 된 신동명 팀장은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폐열을 어떻게 하면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스마트팜 사업을 고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제강 스마트팜 사업의 출발점은 버려지던 공장 폐열의 재활용에 있는 셈이다. 이 공장에서 폐열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철근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철을 녹이는 전기로를 가동해야 하고, 그렇게 만든 빌릿을 롤러를 이용해 압연하기 위해서는 가열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하는 에너지원은 전기와 액화천연가스(LNG)다. 이 회사가 한 해 사용하는 전기는 100만㎿, 금액으로는 1200억원에 달한다. LNG 사용량은 4800만㎥로 600억원 가까이 된다.

공장 폐열은 유리온실의 난방과 냉방에 모두 활용된다.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열원은 압연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다. LNG를 연료로 하는 가열로에서 나오는 가스이다 보니 그 온도가 300도에 달한다. 이 고온의 가스가 공장 벽면에 설치된 열교환기를 통해 300t짜리 물탱크와 파이프로 연결돼 물을 데운다. 탱크 안의 물은 75~80도로 유지된다. 이 온수가 유리온실 바닥 위에 설치돼 있는 직경 5㎝ 파이프 안으로 흐르게 된다. 겨울철에는 그 열기로 온실 내부가 따뜻해진다. 이 파이프는 토마토 같은 농작물을 수확할 때 사용하는 리프트가 이동하는 레일 역할도 한다. 동시에 온수를 활용해 따뜻한 바람도 만들어낸다.

냉방이 필요한 여름철에도 온수 역할이 있다. 냉방에는 흡수식 냉동기가 사용된다. 흡수식 냉동기는 저압에서는 낮은 온도에서도 물이 증발하는 원리를 이용해 상온의 물을 차갑게 식히는 역할을 한다. 이때 식은 물을 활용해 찬바람을 만들어 온실 내부 온도를 낮추게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물을 증발시킬 때 사용하는 냉매의 수분을 줄여줘야 하는데 이때 공장 폐열로 달군 온수를 사용한다. 이런 식으로 폐열을 냉난방에 활용하면 유리온실 운영비를 꽤 절감할 수 있다.

박민식 이사는 “공장이 계속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전기를 활용해 냉난방할 때와 비교해 평균적으로 월 1000만원 정도는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00평 규모 유리온실에서 연간 운영비를 1억2000만원 정도 절감할 수 있다면 상당한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공장 가동일이 줄어 폐열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들면 별도 냉난방시설을 가동하느라 일정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이 유리온실은 본격적인 상업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성격이 강하다. 지금과 같은 규모로는 아무리 공장 폐열을 활용한다고 해도 작물을 생산해 수익을 내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 측에서도 이곳에서 재배한 작물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폐열을 활용한 스마트팜이라는 새로운 모델의 사업화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폐열을 활용할 수 있는 공장이 너무나 많다. 철강공장 이외에도 정유공장, 화학공장, 발전소, 시멘트공장, 쓰레기소각장 등 무궁무진하다. 이들 업체 모두가 폐열 재활용과 함께 이산화탄소 절감이 사업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해 중요한 과제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 시대에 전통 제조업체와 스마트팜이 공존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만들어진다면 한국 농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신동명 팀장은 “공장 폐열을 이용한 스마트팜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곳 스마트팜에서 다양한 작물에 대한 시험 재배와 에너지 절감에 대한 실증분석을 통해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회사 측에서는 폐열을 이용한 유리온실 후속으로 버티컬팜(식물공장) 구축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태양빛 대신에 LED 조명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식물공장은 유리온실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원을 필요로 한다. 폐열을 이용해 냉난방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대한제강은 다른 식물공장 업체와 협업을 타진하고 있다.

이 같은 스마트팜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산업단지에는 원칙적으로 재배시설을 구축하지 못하게 돼 있는 입지 규제도 걸림돌이다. 스마트팜을 활용해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경우 탄소배출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도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폐열을 이용한 스마트팜은 사실 화력발전소에서 먼저 시작됐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서부발전이 주도적으로 구축한 충남 태안의 스마트팜이다. 서부발전이 지역사회 공헌과 ESG경영 차원에서 조성한 자금으로 2019년 준공한 1㏊(약 3000평) 규모 유리온실에서는 현재 발전소 온배수의 폐열을 활용해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스마트팜 주체는 지역 주민들이 참여한 원북면영농조합법인이고, 실제 기술 제공과 운영 관리는 컬티랩스라는 전문회사가 맡고 있다.

이 스마트팜에서 사용하는 폐열은 농장으로부터 4.2㎞ 떨어진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활용한다. 따뜻한 물과 찬물의 온도 차이를 활용해 난방을 한다. 온실 내부 온도는 평균 14도로 유지되고 있다. 곽철순 컬티랩스 이사는 “폐열을 활용한 덕분에 일반 유리온실에 비해 40~50% 적은 월 1500만원 정도 전기료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곳 역시 아직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연간 4억~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6명에 달하는 직원들 인건비를 감안하면 갈 길이 멀다. 경제성을 높이려면 발전소에서 들어오는 온배수 온도를 더 높이고, 스마트팜 규모를 키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폐열 스마트팜 사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폐열이라는 에너지원이 풍부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얼마 전 농협중앙회,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 농업 관계기관들과 함께 ‘발전소 온배수 활용 촉진 협의체’를 발족했다.

조진화 산업부 에너지정책소통TF 팀장은 “폐열을 활용하는 것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 안보와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 중에서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와 연계한 스마트팜 구축을 시도하는 곳이 적지 않다. 연천군, 평창군, 예천군, 울주군, 나주시, 해남군 등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유치하면서 동시에 지역 주민과 연계한 스마트팜 구축을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복안이다.

강호진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농무관은 “농업강국인 네덜란드에서도 최근 들어 에너지 비용 절감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며 “공장 폐열을 이용한 스마트팜은 탄소 저감과 식량안보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혁신성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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